꽃들도 새들도 흠뻑 취하던 우리 마을 음악회 김 정은 몇 년 전, 긴 연휴를 앞두고 무작정 떠난 곳은‘동양의 나폴리’통영!칠흑 같은 달밤에 도착한 우리 가족을 반겨준 건 다름 아닌 이 순신 장군이었다. 충무공 동상은 어찌나 늠름하고 멋지게 서 있던지. 마치 충무공의 숨결이 느껴지는 듯 했다. 토지의 박 경리, 꽃의 김 춘수, 청마 유 치환, 작곡가 윤 이상, 동양의 피카소 전 혁림! 통영은 예술인의 도시임에 틀림 없었다. 예술인들의 혼과 충무공의 숨결이 살아 숨쉬는 통영은 그렇게 나의 뇌리 속에 행복한 추억으로 기억되어져 있다. 영화관을 가본지도, 가족 여행을 떠나본지도, 음악회 각종 문화공연을 가본지도 어언 반 년이 훌쩍 지났다. 코로나19로 인해 무료한 일상으로 하루 하루 보내고 있던 어느날! 갑자기 집 앞 바로 광장에서 뿡!! 뿡!!!소리가 난다. “어? 무슨 소리지?”베란다로 냉큼 뛰어 나가던 아들은 길거리 콘서트가 열리는 것 같다며 이내 엄마를 부른다. “어머나! 이게 무슨 일이람?” 이 시간에 우리집 앞 공원에서 버스킹 무대가 펼쳐지네..!!코 앞에서 연주회를 감상 할 수 있는 마음에 이내 내 발걸음은 무대로 쏜살같이 휘리릭 향해가고 있었다.“헉!”“아니 이럴수가?” 저기 저기 악기를 들고 있는 단원들 뒤에 서 계시는 분은 바로 바로 내가 자주 가서 들었던 브런치 음악회, 광명 시민회관 음악회에서 늘 뵜던 광명 심포니 오케스트라 상임 지휘자이신 분이 아니신가? 연주하시는 분들은 광명시립 오케스트라 단원들...“와우~~~^^대박!!!”가슴이 쿵닥쿵닥 뛰고, 동공은 지진이 나고, 내 마음은 두근 반 세근 반 뛰며 마치 너무나도 반가운 손님을 만난 듯 했다. 스산한 가을 바람이 머물던 해 질 녘 한내천 근린공원! 운동하시던 어르신들도, 엄마 새끼 손가락 꼭 잡고 나온 아가들도, 사랑하는 연인들도, 주인과 산책 나온 강아지들도, 무심코 지나가던 행인들의 발길들이 하나 둘 천천히 멈추고 광장을 가득 채운다. 드디어 첫 번째 곡이 하늘을 향해 나팔을 불며 우렁차게 소리를 내 뿜는다. 아들 머리에 놓인 사과를 석궁으로 명중시켰다는 로시니의 마지막 오페‘윌리엄 텔 서곡’으로 드디어 무대는 시작됐다. 금관 5중주 소리에서 말해주듯 아주 비장함과 웅장함이 마치 충무공의 기개와 숨결이 이 광장을 가득 채운다. 스위스에서 윌리엄텔을 만난 우리의 연주 여행은 이제 프랑스로 살짝 건너와‘미뉴엣’곡을 감상했다. 프랑스 상류층들이 스텝이 작은 춤을 출 때 들었던 바흐의 미뉴엣을 듣고 있자니, 마치 내가 루이 14세가 되어 크고 웅장한 베르샤유 궁전 풀밭을 한가로이 거니는 상상을 해본다. 잔잔하게 들려오는 소리에 꽃들도, 새들도, 갈대들도 소살소살 어깨춤을 춘다. 아주 강하고 경쾌한 소리에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우린 열정의 나라 스페인에 있었다.‘엠파리토 로카’곡은 어깨도 엉덩이도 들썽들썽 흥이 난다. “에헤라~~ 얼씨구나 좋다!!!!” 옆에 계시던 중절모를 멋지게 쓰신 할아버지의 어깨가 들썩~~들썩 코로나19로 지쳐가고 있는 우리네에게 마치, 이 곡은 코로나가 종식되어 환희의 순간을 맞는 듯 아주 경쾌하고 신이 나는 곡이었다. 환희의 순간의 기쁨을 준 음악은 다시 우리를 추억의 순간으로 초대한다.내 귓가에 너무나도 익숙하게 들려오던 비틀즈의 Yesterday~~~~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팝송! 몇 년 전만 해도 어디든 갈 수 있었던 공연장들 각종 여행지들,보고 싶으면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젠 언텍트시대가 되어 모든 것들을 비대면으로 만나야 되는 세상이 되어버린 오늘날 갑자기 너무나도 지난날에 그리움이 연주를 들으니 한 없이 밀물되어 물씬 밀려온다. 지휘자님의 순간 깜짝 퀴즈도 한 껏 흥을 돋군다.‘관의 길이가 길고 짧으면서 소리의 높낮이가 다르다는 것을 발견한 사람은? 누구일까요? 찾아가는 길거리 음악회를 하다보면 불변의 법칙은 무엇일까요? 아마도 그날 현장에 있던 사람들을 알테다. 어느새 혼자 음악에 취해 듣고 있노라니 이젠 헤어질 시간이 다가온다. 노란 리본을 메달고 기다리라던 아픈 사랑의 곡‘베사메무쵸’에 이어‘나에게 듬뿍 키스해주세요~~’라며 사랑하는 연인들의 고백들이 호른, 트럼펫, 섹스폰, 트럼본, 튜바들이 서로 하모니속에서 각자 뽐을 내며 질투하는 듯 하다. 질투도 오래 못가 이어지는 Abba의 노래와 뮤지컬인‘맘마미아’를 들으며 우린 어느새 마지막 여행지인 그리스를 마지막으로 음악의 향연도 막이 내려졌다. 앵콜!!앵콜!!!을 계속 외치며 박수갈채는 이어지고 무대는 절정에 올랐다. 뻥 뚫렸던 광장은 지휘자님의 말씀처럼 어느새 사람들은 하늘의 별처럼 가득 메워져 있었고 뜨거운 열기는 관중들의 앵콜 앵콜 열창에 식을 줄 몰랐다. 그때 들려오던 소리!!“멍멍~~ 멍멍멍멍~~ 멍멍~~~” 계속 박자에 맞게 멍멍 짖어댄다. 여기 저기서 키득 키득 웃음소리가 들려온다.아...우리만 힐링을 한 게 분명 아니었다. 앙증맞은 말 못하는 푸들도 진정 흥겨웠나보다. 분명 강아지의 멍멍 소리는 그 순간 어느 누가 들어도 앵콜!! 앵콜!!앵콜!!소리임에 틀림없었을 것이다. 뭉개 구름이 예쁜 요즘 가을하늘도, 가을이 왔음을 알려주는 코스모스들도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새들도, 하늘에 휘엉청 떠있는 달님도, 멍멍! 짖어대던 강아지도, 언제 끝날지 모르는 길어지는 코로나에 모두들 심신이 지쳐있는 시민들에게도, 그날 밤! 우리 마을 음악회에서 들려주는 음악에 취하고, 달밤에 취하고, 분위기에 취하니 오늘밤 땅을 디디고 서 있는 이 곳 지금 이 순간이 바로 동양의 나폴리 그 순간임에 틀림없었다.내 고향 광명은스산한 가을 해 질 녘에도음악의 향연이 들리는 곳내 고향 광명은음악의 향연에하늘도 새들도 꽃들도강아지도 마음 치유 되는 곳 나에게 찾아온 우리 마을 음악회는태양이 작열하는 한 여름날, 누군가가 건네준 시원한 냉수 한 사발처럼,갑자기 시원하게 내리는 소나기처럼, 뜻밖에 찾아온 반가운 손님이 되어,메말라가던 마음에 진정 귀한 한 바가지의 마중물로 찾아왔다. 그날 밤,함께 우리 마을 음악회를 빛내준 이웃들에게는 어떻게 찾아왔을까? 오래전 통영의 추억을 너머, 먼나라 이웃나라 여행으로까지의 멀고 귀한 힐링 초대의 시간을 만들어준 음악회. 광명 시립 관현악단 우리 마을 음악회가 우리 마을을 시작으로 전국 방방곡곡으로 더 나아가 이웃나라 먼나라 전 세계로 뻗아 세계 이웃들에게까지 지친 영혼들을 고양해주는 그런 단 한 사람의 위로자가 되어 주길 소원해 본다. 언제 어디서나 음악은 영혼을 고양시킨다. 그 위대한 음악의 힘을 다시 한번 맛보며, 음악이 주는 그 위대함에 다시 한번 우리 마을 음악회를 기획해 주신 모든 분들게 감사드린다. 어서 빨리 코로나가 종식되길 소원하며, 지금까지 매일매일 코로나 현장에서 고군분투하시는 의료진들 이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코로나19로 고생하시는 모든분들에게 마지막으로 그날 밤 우리 마을 음악의 향연을 위해 수고해주신 광명 시립 관현악단 지휘자님과 단원들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깊히 감사드립니다..2020.10월의 문턱에서*우리마을음악회 관람 후 직접 보내주신 소중한 후기입니다.*